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엄청 좋아합니다. 이 바람을 맞으면 왠지 감성적으로 바뀌면서 뭔가 쓸쓸한 느낌도 조금 들고,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한 가지 느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오묘한 느낌이 참 좋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는 시즌의 계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분들도 저와 똑같이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가을을 탄다는 것이 이런 오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는 느낌을 작년에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에 일이 풀릴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아서 기운이 엄청나게 없었는데, 오묘한 느낌을 즐길 여유도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 이제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뀌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해진 것일까요? 어쨌든, 작년에 이 시즌에는 딱히 동요하지 않고 평소처럼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좋아하는 느낌이 이제 매년 찾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1년 동안 부재였었던 느낌이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지금 저녁에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올해에도 별 느낌이 없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처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좋은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길의 노래, 윤하의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확 찾아오더군요.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 기분까지 좋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분을 만끽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두고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몸에는 여유가 없어야 할 거예요. 아직까지 제가 생각하는 목표 중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몸에 여유가 생기면 나태해지기 시작할 것이고, 그럼 성과는 더더욱 생기지 않을 테니, 적어도 몸은 바쁘게 움직이되 마음은 조금 여유를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왠지 엄청 어려운 미션이 될 것 같은 느낌이군요.
그러고보니 최근에 빌게이츠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하나 공개되었는데,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라면 항상 계산적이면서 이성적이거나, 완벽을 추구하다가 틀어지면 엄청나게 짜증을 내는 사람이라는 색안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빌게이츠는 그렇지 않더군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 끊임 없이 지식을 쌓되 머릿속에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민들을 하고 있더군요. 한 편으로는 엄청 감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감상적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감성적이었죠. 그리고 이런 모습이 빌게이츠를 더욱 특별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빌게이츠가 될 수는 없겠지만, 빌게이츠처럼 엄청난 영향력이나 부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성과를 낼 줄 알면서 감성적으로 인생을 살 줄도 아는 모습을 배워보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